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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8 nocutnews
'로코'가 제일 쉬웠어요… '젠틀맨' 천정명의 A to Z
[노컷 인터뷰] "이윤정 PD와 작업 잘 맞아…인기 없는 타입이라 연애 실패"
배우 천정명. (사진=윤성호 기자)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의 눈동자는 아이처럼 반짝였다. 멋들어진 정신과 의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웃음기 넘치는 청년만이 남아 취재진을 맞았다. 놀라울 정도로 털털한 그의 입담에서는 종영 10년이 다 되어가는 '여우야 뭐하니'의 앳된 연하남이 떠올랐다.
배우 천정명은 tvN 드라마 '하트투하트'를 통해 한 동안 떠났던 로맨틱코미디에 귀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쿨하게 "사극은 어렵다"며 로맨틱코미디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는데 동의했다.
'옷이 날개'이기 때문일까. 그는 잘 맞는 옷을 입고 보기좋게 훨훨 날았다. 또 한번 비상하고 있는 데뷔 15년 차 배우, 천정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취재진과 천정명의 일문일답.
▶ 이윤정 PD와의 작업,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대본을 반 이상 수정하세요. 첫 촬영이 옥상에서 투신하려는 여자를 말리는 장면이었는데 굉장히 길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다 외워서 갔는데 리허설 후에 준비했던 게 전부 엎어진 거예요. 대사, 동선 등 대본 전체가 수정됐더라고요. '멘붕'이었죠. 촬영 때마다 계속 그래서 나중에는 대본 옆에 늘 쓰고 지우려고 샤프와 지우개를 준비해놨어요.
▶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힘들었죠. 어색하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적응이 되고, 나중에는 현장에서 다 바뀌니까 대본도 그렇게 전부 외워가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이윤정 감독님은 정말 항상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고, 이석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세요. 그래서 혼자 대본을 읽고 왔을 때보다 더 많은 걸 깨닫게 돼요. 물론 연기에 있어서 엄격할 때는 칼 같으시지만요. 저한테는 감독님의 자유로운 스타일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최강희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진짜 좋았어요. 누나 이미지가 4차원이라 그렇겠다고 생각했는데 연기할 때는 정말 배려심이 깊어서 상대 배우를 다 받아줘요. 호흡에 신경쓰기보다는 자기 역할만 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그런데 누나는 얼굴이 화면에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제가 감정잡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연기했어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랬습니다.
▶ 선배 배우 입장에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나선 소희 씨와의 호흡도 궁금하네요. 두 분이 극중 남매였죠.
소희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연기할 때 변하는 모습을 보면 천상 배우인 것 같아요. 본인이 열심히 준비해오기도 했고요. 아쉬운 건 촬영이 전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그 때 소희만 없었거든요. 오겠다고 했는데 결국 못 왔더라고요. 아직까지는 그런 현장 분위기를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신인 때는 그랬고…. 끝까지 좀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 매회 달달한 스킨십 장면으로 화제가 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
홍도와 재회했을 때 촬영한 돌담 키스신이 기억에 남아요. 돌담에서 걸어와 만나서 사랑스럽게 키스를 했는데, 실제로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실제로 최강희 씨가 천정명 씨가 베드신을 어색해 한다고 이야기 한 적도 있는데. 어땠나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디렉션을 해주셨어요. 키스하면서도 어색해 하니까 어깨, 팔, 머리 순으로 키스할 순서를 정해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애드리브는 없었고, 스킨십을 한 컷 한 컷 촬영했어요. 두 번째 베드신도 어색하기는 했는데 첫 번째보다는 나았던 것 같아요.
▶ 두 분이 정말 사귀는 사이처럼 리얼한 로맨스를 보여줬어요. 이렇게 되면 상대 배우에게 설레지 않나요?
그렇게 (작품으로)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는 해요. 아, 그런 건 있었어요. 감독님이 저희에게 (촬영 동안은) 진짜로 좋아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에게) 한 눈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셨어요. 그건 지켰죠.
▶ 그럼 촬영이 끝났으니 이제 연애 생각도 날 것 같아요.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타입이라, 항상 실패했어요. 괜찮다 싶으면 도망가더라고요. 제가 최대한 점잖게 다가가는 편이라서 갑자기 손을 잡거나 이러지 않아요. 그런 젠틀한 모습을 싫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너무 젠틀하다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냥 친구처럼 던져보래요. 노력해야죠. (웃음)
▶ 지금까지 쟁쟁한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해왔는데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은 여배우 있나요?
저는 전지현 씨와 송혜교 씨요. 전지현 씨는 제가 신인 때 광고촬영장에서 뵌 적이 있어요. 그 때 저는 신인이었고 전지현 씨는 '엽기적인 그녀'로 정말 잘 나가던 톱스타였는데 저한테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송혜교 씨는 영화 '일대종사'로 해외 영화제에 오셨을 때 뵈었는데 정말 아름다우시더라고요.
▶ '진짜 사나이'도 했는데 또 출연하고 싶은 예능프로그램 있나요?
'꽃보다 청춘' 처럼 제 친한 친구인 정재형 씨 등과 함께 여행 가는 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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