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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3 movieweek 朴海日 柳承龍 專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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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박해일-류승룡, 색다른 두 연기파 배우
<最終兵器:弓> 朴海日 柳承龍 兩個 截然不同的演員
-가만 보니 김한민 감독과 닮았다.
류승룡 나?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다.(웃음) 눈매가 진해서 그런가?
박해일 안 닮은 것 같은데….
-<극락도 살인사건>(2007)부터 함께한 터라 김한민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알겠다. <최종병기 활>에도 가장 먼저 캐스팅됐지?
박해일 감독님과 오랜만에 해후했는데, 시나리오 초고를 보여주셨다. 모니터 요원 개념으로 가볍게 읽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난 날, 활을 한 자루 쥐여주시는 거야.(웃음) 국궁(國弓)이 뭔지 설명해 주면서. 언젠가 사극을 하겠구나,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거든. 처음이라 낯설고 생경한 부분들을 감독님과 소통하며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류승룡 난 작년 겨울 스케줄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출연 못할 뻔했다. 일이 잘 풀려 다행이었지.(웃음)
-<최종병기 활>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극’을 표방한다. <평양성>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바람의 화원>(SBS, 2008) 등 숱한 사극을 경험한 입장에서 촬영 현장부터 다른 게 느껴지던가?
류승룡 나뿐 아니라 청군 역 배우들이 전부 변발을 했다. 쫙 늘어서면 정말 이국적이었다. 게다가 언어는 만주어. 현장 가면 자연스레 차별성이 느껴졌다.
박해일 활이 가진 매력도 컸다. 활로 정확한 표적을 맞히려면 온도 변화나 풍향까지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한다. 팔 힘이 좋다고 잘 쏘는 게 아니다. 하체와 단전에 힘이 없으면 절대 못 쏜다. 거기다 활 하나에서 이야기와 오락적 재미가 만들어지니까 더 매력적이지.
-조선 사대부 남이와 청나라 장수 쥬신타의 대결도 모두 활에서 비롯된다. 둘의 활 스타일도 완연히 달랐다고?
류승룡 내가 쏜 청나라 활은 말을 쓰러뜨릴 만큼 파괴력이 강했다. 조선 활보다 1.5배 더 크고, 촉도 무거워서 심리적으로 부담되더라. 진짜 활을 쓰려면, 80파운드 장력으로 시위를 당겨야 했다. ‘영화적인 도움’을 받았지.(웃음) 안 그러면 역도선수도 못 당겨~.
박해일 사극 드라마 보면 무사들이 정자세로 활을 쏘잖나? (류)승룡 형이랑 나는 전혀 달랐다. 호흡은 바튼데, 김한민 감독님은 무조건 활을 당기라고 하시고….
-영화 스틸만 보면 활 쏘는 표정들이 예술이던데?
박해일 활을 쏘려면 호흡을 멈추거든. 자연히 얼굴이 상기되고, 집중하게 된다. 표정은 좋았겠지만….
류승룡 속으로는 푸념하고 있었지.(좌중 웃음) 뽑아내고자 하는 장면에 대한 감독님 의지가 뚜렷했다. 사실 배우 입장에선 그게 편하거든. 몸은 힘들어도 그 목표점을 보고 함께 달릴 수 있으니까.
-초반부까지는 풀어진 느낌도 있더라. 몰락한 가문의 자손인 남이가 신세 한탄하는 장면도 있고. 김한민 감독이 실제 생활 속에서 관찰한 ‘박해일’이 담겨 있다고?(웃음)
박해일 최근에 느낀 건데, 내가 예전엔 계속 어눌하고 치열했잖아. 속으론 매순간 불안했거든. 주위에서도 그렇게 봤다. 그런데 내 일부를 더 드러내고 나니까 어느 순간 편안해졌다. 결과도 나오기 전에 쓸데없이 들던 불안감, 예민함이 무뎌졌다고 해야 하나. <최종병기 활>을 찍은 경험도 연관이 있겠지.
-몸을 많이 쓴 영화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박해일 그럴지도. 아저씨가 돼가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류승룡 신체적으로 힘들기로는 <최종병기 활>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 갑옷 입고 심장이 터질 만큼 뛰었으니까.
-피부가 까맣게 타고 몸도 날렵해졌다.
류승룡 의상은 무겁지, 또 우리나라 산세가 참 험준하다. 계곡은 미끄럽고, 눈길, 빗길, 시야 어두운 갈대밭, 가시덤불까지. 다치면 모두한테 피해가 가니까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박해일 촬영 중반에 말에서 떨어졌다. 아픈 것보다 ‘축축한 흙바닥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골절 입었으면 전치 2~3주는 기본이니까. 내 촬영 일정이 밀리면, 모든 영화 스케줄이 늦어지고, 개봉은 당연히 연기된다. 여름 시즌에 특화된 영화인데, 가을로 넘어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컸다. 또 한 번 떨어졌을 때는 골반 쪽이 다쳐서 힘들었는데, 병원 가기 전까지 굉장히 고민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니, 와이어를 타고 절벽을 뛰어넘는 액션 신이 있더라. 촬영 도중 돌덩이가 떨어지기도 했다던데, 배우들이 상당 부분 직접 소화했다고.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쓴 이유가 뭔가?
박해일 승룡 형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류승룡 (묵묵히 멋쩍은 웃음)….
박해일 절벽을 타고 오르다가 발을 디뎠는데, 오랫동안 풍파에 헐어진 부분인 거야. 굵직한 절벽 일부가 떨어져 내렸다. 형이 크게 다칠 뻔했다. 오세영 무술감독님은 스턴트팀이 하겠다고 말리셨지만, 배우 얼굴이 보여야 하는 장면이 있으니까.
-무리라고 느낀 적은 없나?
박해일 <극락도 살인사건>을 인천 월미도에서 찍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때 김한민 감독님이 가거도만큼 영화 기운에 맞는 곳이 없다면서 강행하셨다. 배에 촬영팀과 장비를 통째로 싣고 갔다. <최종병기 활> 현장에서 감독님이 내린 선택들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감독님은 ‘낯선 사극’을 보여주고자 고민하고, 스태프들은 그 의지를 믿고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우리도 그걸 보며 기운 낼 수 있었고.
-활 액션이다 보니, 의외로 두 사람이 대면하는 장면이 적더라.
박해일 검 대 검이나, 창 대 창의 대결이면 훨씬 근거리 액션이 나왔겠지. 활은 충분한 원거리 사격이 안전하거든.
류승룡 제목이 ‘포’(砲)였으면, 훨씬 더 안 만났겠지.(좌중 웃음)
박해일 현장에서 이런 유머 덕분에 살 만했다.(웃음) 피눈물 나게 힘들거나, 땀을 엄청 흘릴 때마다 모든 스태프가 빵빵 터졌다. ‘포’처럼!(좌중 웃음)
-촬영장에서 함께 있었나?
류승룡 남이가 뛴 장소를 고스란히 쥬신타가 뛰어야 했으니까. 해일이가 한 번 쫙~ 촬영하면, 나랑 청군이 우르르 뒤쫓았다. 항상.(웃음)
-쫓고 쫓기는 인물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지 않으면 긴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고 ‘어라, 사운드가 장난 아닌데’ 싶었다. 화살이 훅, 박히는 소리가 무섭더라. 아직 못 본 영화가 궁금해졌다.
류승룡 기자의 호기심이 보편적인 반응이면 좋겠다. 활은 자칫 생소하고 고루한 소재가 될 수 있잖나. 관객들이 예고편에 담긴 빠른 편집이나 사운드를 보고 ‘뭔가 다른 사극’을 기대하면 좋겠다.
박해일 사운드 더하기, 배우와 스태프의 ‘육즙’으로 만든 영화…! CG 분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스태프 한 분이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처럼 촬영했다”고 했다. 절묘한 표현이다.
-개봉이 8월 11일이다. 흥행은 어떻게 예측하나? 갈수록 관객 성향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류승룡 정말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존에 사랑받은 아이템만 가지고 관객을 사로잡긴 힘든 것 같다. 관객은 늘 새로운 걸 원하잖나. 기호나 좋아하는 것들이 굉장히 빨리 바뀐다. ‘리모컨 시대’다. 마음에 안 들면 막 돌리는. 안주하면 안 된다.
-예측불허의 시대인 만큼, 배우들도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 같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나?
박해일 자기 기준을 지키는 건 배우 내면의 문제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은 오히려 첨예할 수 있다. 나는 다르게 했는데, 보는 사람은 못 느낄 수도 있으니까. 처음 연기하던 순간부터 조금씩 쌓은 노하우가 있지만, 말로 꺼내기는 쉽지 않다.
류승룡 나는 오래된 버릇이 있다. 연극하던 시절엔 오태석 연출님처럼 배우고 싶은 ‘선생님’이 있었거든. 영화도 ‘저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다’다. <천년학>(2007)의 임권택 감독님처럼. 또 저예산 단편 영화라도 시나리오가 정말 좋으면 참여한다. 이것저것 재기보다는 한 가지에 마음이 동하는 편이다.
-감독이나 시나리오에 기대한 만큼 꼭 영화의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요즘엔 제작자의 의도나 배급 상황의 영향도 크다.
박해일 답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초월해야 한다. 현장에서 더 재밌게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 ‘눈치 작전’에 들어가면 정말 피폐해질 것 같다.
류승룡 음… 지금 한국 영화계는 펀드랑 비슷한 것 같다. 리스크가 커도 수익률 높은 데 투자하는 사람이 있고, 원금 보장되는 안전수익형 투자자도 있잖나. 난 위험 부담이 좀 있어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쪽이 더 좋다.
-보통 ‘월급쟁이’는 내 연봉만큼 내가 일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배우는 직업이자 예술인이다. 매순간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채찍질하나?
류승룡 이런 생각 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저 카메라를 통해 300만 명의 관객이 나를 보게 된다. 나중에 명절 영화나 IPTV로 두고두고 보는 게 바로 이 순간이다.’ 그러면 아무리 우울하고 몸이 안 좋아도 정신이 번쩍 든다. 배우들한테는 괴력 비슷한 집중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순간이 영원이란 얘기를 하는 걸까….
박해일 어쩐지 중의적인 표현인데.(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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