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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武烈專訪
http://news.heraldm.com/view.php?ud=20120425000298&md=20120425095120
“뱀처럼 엉켜있는 두사람…겁부터 났죠”
새영화 ‘은교’서 또 한뼘 성장…배우 김무열
스무살때 아버지 불의의 사고…내몰리듯 무대올라 밥벌이
‘김종욱찾기’ ‘그리스’통해 티켓파워 과시하는 배우로
‘은교’선 스승의 뮤즈 넘보다 스스로 파멸 초래
파격 정사신 찍은 뒤엔 짠한 느낌만 남아
“가정 형편 때문에 젊은 재능을 팔아야 했죠. 영화, 드라마 단역, 무용, 퍼포먼스, 어린이공연 등 닥치는 대로 했어요. 열심히 해서 이제 좀 살만 해졌나 싶은데, 아버지께서는 고생만 하시다가, 아들 잘되는 것도 못 보고 돌아가셨습니다. 대출을 받긴 했지만 작년에는 집 장만도 했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시면서도 우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김무열(30)이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아버지께서 사고로 크게 머리를 다치시고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김무열은 갑작스레 가장 역할을 떠안아야 했고, 학교(성균관대 연기예술학)는 한 해만 다니고 휴학을 했다. 공장에서 밤새 휴대폰 에러 점검하는 일이나 편의점, 카페, 레스토랑 ‘알바’를 전전하면서 무대와 촬영 현장을 함께 뛰었다.
뮤지컬도 그렇게 시작했다. 제목을 댈 수 있고 배역도 어엿한 작품으로는 지난 2005년 ‘지하철 1호선’이 처음이었다. 이후 ‘그리스’와 ‘암살자들’ ‘아가씨와 건달들’ ‘알타보이즈’를 거쳐 2007년 ‘쓰릴 미’에서 드디어 공연계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알아보는 팬들이 생겼고, 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 입장권을 매진시키기 시작했다.
‘김종욱 찾기’ ‘살인마 잭’ ‘스프링어웨이크닝’ ‘삼총사’에서 최근의 ‘광화문 연가’까지 뮤지컬 배우 김무열은 무대에서 막강한 티켓파워를 구축하며 2009년엔 한국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로는 ‘작전’으로 데뷔해 지난해 ‘최종병기 활’로 흥행의 달콤한 맛도 봤고, 화제작 ‘은교’에서 박해일, 김고은과 주연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뇌를 다쳐 병석에 누우셨던 아버지는 조금 회복되는가 싶더니 지난 2008년 급작스러운 암선고로 2년 투명 끝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사고로 내몰리듯 선 무대에서 그는 이름도 얻고 돈도 벌었으며, 영화로 한 발을 더 내디뎠다.
‘은교’에선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으며 십수년간을 수발들던 스승이자 거장의 노시인이 열일곱 소녀에게 매혹되자 파국의 선택을 하게 되는 젊은 소설가 역할을 맡았다. 박범신의 원작 소설과 영화 속에서 스승 이적요(박해일 분)로부터 “별이 다 같은 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만 10년이 걸린 공대 출신”으로 경멸을 받기도 하지만 대중 소설로 부와 명예를 쥐는 야심만만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스승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에 야심과 열등감이 복합된 인물이다.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는 김무열에게 극중 인물과 같은 자괴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한 스승이다.
“2005년 제작사 오디션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그리스’) 주연으로 발탁됐는데, 처음 뵌 이지나 선생님이 저를 ‘낙하산’인 줄 아셨는지 그렇게 독설을 퍼부으시더라고요. 어느 날은 귓속말로 “넌 안돼, 넌 할 수 없는 역할이야”라고 하셨는데 정말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좌절했습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러던 분을 학교에서 은사로 다시 마주쳤는데 그때는 저를 제일 아껴주셨고, 작품도 여러 편 같이했죠.”
‘최종병기 활’에서도 박해일과 류승룡의 대립구도 속에 김무열은 ‘넘버2’에 가까웠다. 시심과 음심이 뱀처럼 엉켜들고 결국은 시간으로 하여 불가능한 사랑을 그리는 멜로드라마 ‘은교’에서도 마찬가지다.
“70대 특수분장하는 배우와 완전 신인 연기자 사이에 있는 위치가 애매하죠.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동정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고요. 고민이 많았지만, 스승의 뮤즈와 상상력을 넘보고 훔치고 결국은 비극을 자초하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습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나신의 파격적 정사신에 대해선 “동작까지 세세히 묘사돼 ‘뱀처럼 엉켜있는 두 사람’이라고 지시된 시나리오를 읽고 걱정이 앞섰지만, 정작 촬영하고 나선 인물의 감정에 동화돼 짠한 느낌뿐이었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5월 중순)와 ‘쓰릴 미’의 일본 공연(7월) 등이 예정돼 있으며 정재영, 김옥빈과 영화 ‘AM 11:00’에 출연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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