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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희 인터뷰] 1부. '대풍수 ' 돌파구를 찾아서
[郑锡熙采访]1部。 “风水”寻找突破口。
국운이 쇠해진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팩션 사극 SBS <대풍수>. 난세의 영웅 이성계(지진희)가 고려를 멸하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는 내용이 기반이긴 하나 그를 도와 왕좌에 올려놓는 이들 쪽으로 포커스가 옮겨졌으니 일종의 ‘킹메이커’로 봐도 좋지 싶다. 따라서 왕 만들기라는 점에서 요즘의 정치 현실과 부합되는 부분이 꽤 있어 보이는데, 그러나 소재의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이유가 뭘까?
풍수지리라는 소재의 생경함이 원인일까? 아니면 아직 로맨스에 불이 붙지 않아서? 요즘 유행과는 달리 아역 분량으로 눈길을 모으지 못해서? 연기자들의 연기도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고 늘 논란이 되는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이어지는 연결도 매끄러웠건만, 또한 CG며 의상, 미술 면에서도 거슬림이 없건만 시청률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으니 아쉽달 밖에.
어쩌면 성인 연기자로 교체가 이루어졌어도 주인공들이 덜 자란, 덜 여문 느낌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공민왕이라든지 노국공주라든지 최영 장군이라든지, 바로 얼마 전 종영한 판타지 사극 <신의>를 통해 볼만큼 봐온 인물들이 다시금 등장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답답한 마음에 그 까닭을 알고자 촬영이 한창인 충남 부여 현장으로 달려가 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과 연기자 지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참여: 이용석 감독, 지성, 정석희 칼럼니스트)
의식주(衣食住) 중에 이번엔 ‘주’입니다
정석희: MBC <태왕사신기>부터 MBC <선덕여왕>, 가까이로는 MBC <해를 품은 달>에도 일부 등장하긴 했지만 이처럼 풍수지리, 사주명리, 관상이 전격적으로 다뤄지기는 <대풍수>가 처음이죠?
이용석 감독: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게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 회사 차원의 기획입니다. (웃음) ‘의식주(衣食住)’ 중에 <대장금>을 비롯해 먹거리를 다룬 드라마는 이미 많이 나온 바 있고, 패션 드라마도 많았으니 그렇다면 이번에는 ‘주’를 한번 얘기해보자, 한 거죠. 현대극으로는 SBS <자이언트>가 ‘주’를 다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주’, 즉 집터와 필연 구도인 ‘풍수’는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한 획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은 고려와 모든 것에서 반대인 나라였지만 풍수를 관장하는 ‘서운관’(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기상관측 등을 관장하던 관서. 천변지이를 관측, 기록하고, 역서를 편찬하며, 절기와 날씨를 측정하고, 시간을 관장하던 곳)만큼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졌거든요. 내가 믿건 안 믿건 조상에서 조상으로 이어져 내려온 문화와 정신임은 분명하고 그래서 이 새로운 소재로 요리를 잘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정석희: 지성 씨가 맡은 지상이라는 인물은 아직은 땅의 흐름을 읽는 대풍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간과 사물을 보는 남다른 눈이 있긴 합니다. 역할에 몰입이 되나요?
지성: 지금까지는 기생들을 누나 삼아 살아온 일개 한량에 불과했죠.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서운관에 들어가게 되면서 목표 의식이 생기고 사람이 달라집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베풀 줄 아는,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바뀌는 거죠.
<신의>와 <대풍수>, 서로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있어요
정석희: 공교롭게도 자사 드라마 <신의>와 맞물리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이야기가 이어지게 됐어요. 특히 최영(손병호)이나 공민왕(류태준)을 맡은 연기자들은 부담을 안고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갭이 있으니 말이에요. 사실 모습도 분위기도 많이 다르거든요. <신의>의 최영(이민호)은 그토록 멋졌는데, 이 드라마에서의 최영 장군은 세월 탓이라고 하기에는.......시청자 입장에서는 쉽게 극복이 안 돼요.(웃음) 훌륭한 연기자이신데 스트레스가 좀 있으시지 싶네요.
이용석 감독: <대풍수>는 SBS 자체 기획 드리마고 <신의>는 외주 제작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사연으로 인해 맞물리게 됐는데요.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두 편의 드라마가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일단 주 시청자 층이 일치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그리고 같은 인물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을 수 있겠죠.
두 배우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주기를 바랄뿐입니다. <신의>에서의 최영 장군은 판타지적인 인물이죠. 그에 반해 <대풍수>에서는 최영만큼은 가장 정석에 가까운 인물로 그리고 있어요. 다른 인물들은 조금씩 다 틀었는데 말이죠. 하기는 특정 시대 이야기를 이미 너무 많이 봐와서 시청자들이 지치신 것이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확실히 드라마 성적은 사람 힘으로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석희: 감독님은 팬도 많으시던데요. SBS <일지매> 이후 팬이 되신 분들 많아요.
이용석 감독: 에이, 그게 제 팬인가요? 이준기 씨 팬이지.(웃음)
정석희: 요즘은 제작진을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청자도 많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와보니 세트며 의상이며, 신경을 많이 쓰셨네요.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 시대의 혼란을 암시합니다
이용석 감독: 우리 드라마의 배경이 고려 말이잖아요. 한 왕조가 망하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지도층이 부패하고 퇴폐적이고, 수도 천도 이야기가 등장하는 등. 고려는 조정에서 검은 의복을 입으라고 했던 나라입니다. 반대로 조선은 백의민족이고요. 제가 아는 고려와 조선은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예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아직 조선 문화의 연장선에 살고 있는 셈이거든요. 그래서 미술팀에게 콘셉트를 세기말적인 데카당스, 퇴폐성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정석희: 그래서 검정과 붉은 계열이 많이 등장하는 건가요?
이용석 감독: 네, 그래서 조선과는 차별되게 화려한 색상, 블랙과 레드를 많이 썼습니다. 윤리적으로 흔들리는 고려라는 나라와 속은 어떻든 겉으로는 윤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조선과 어떻게 다른지, 그걸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진희 씨를 이성계 역으로 둔 것은 도전이었습니다. 지진희 씨는 누구보다 반듯한 이미지를 지닌 사람이잖아요. 1부와 36부, 그의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시게 되는 거죠.
지성: 화려한 색상이 시대의 혼란을 암시하는 거예요.
이용석 감독: 고려 말의 자료를 찾아보면 2층짜리 주택이 나오질 않나, 여러 모로 대단히 화려합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묘만 봐도 장식이 정말 멋지거든요. 의욕적으로 준비를 하긴 했는데 가끔은 너무 과했나 싶기도 해요. 눈이 피로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이 또한 시청률을 의식하다보니 드는 생각입니다.(웃음)
정석희: 풍수지리 못지않게 집중 조명하는 부분이 ‘어머니’이지 싶어요. 제가 엄마 입장이라서 그런지 몰입해서 보게 됩니다. 정근(송창의)은 벌써 친모가 수련개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지상의 어머니도 금방 찾게 되나요? 일반 드라마라면 ‘엄마 찾아 삼만 리’로 최종회까지 끌고 가고도 남을 텐데요.
이용석 감독: 이번 주면 윤곽이 잡힙니다. 빨리 찾긴 하는데 서로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모르는 척 하는 갈등 구도가 오래갈듯 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척, 미워하는 척 하는 거죠.
지성: 극중 지상은 본인의 자아를 찾겠다는 거창한 뜻을 가지고 어머니를 찾는 것은 아니에요. 뿌리를 찾겠다는 의미도 아니고요. 단지 아버지가 죽기 전에 엄마를 지켜드리라고 유언을 했으니까. 어쩌면 맹목적인 꿈일 수도 있고, 어머니와의 추억이라곤 없으니 ‘내 엄마는 어떤 분일까?’ 하는 아들로서의 막연한 기대감 같은 거죠.
정석희: 가정교육이 전무했던 것에 비하면 참 잘 자란 청년이에요. (웃음) 그런데 얼마 전에 물에 빠져 고생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지금까지 해온 연기 중 가장 힘든 상황이었지 싶어요.
지성: 신인 때부터 따져보면 사실은 더 힘든 과정도 많았는걸요. 그 정도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물이 너무 더럽긴 했어요. (웃음)
이용석 감독: 워낙 고생스럽게 작품을 많이 해봐서 단련이 됐을 거예요. 제가 가장 물렁한 감독일걸요? (웃음)
캐릭터에 살이 붙자면 힘들여 찍은 장면이 많아야 해요
정석희: 지성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사극이죠? SBS <왕의 여자>는 왕 역할이었으니까 마음고생은 몰라도 몸 고생은 없었겠어요.
지성: 첫 사극이기도 했고 MBC <대장금>과 맞붙는 바람에 나름 고생을 했습니다. 밝은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절인데 좀 어려운 사극이기도 했고요.
정석희: 저는 <왕의 여자>를 빼놓지 않고 봤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워낙 강적을 만났던 거예요.
지성: 그리고 두 번째 사극 MBC <김수로>는 제 의도와 어긋난 부분이 꽤 있었던 작품이고요. 그에 비하면 <대풍수>는 날은 춥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해지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물에 들어가는 장면도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목지상은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물이고 다른 누군가를 돕지만 그랬다고 보상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 캐릭터거든요. 캐릭터로 봤을 때 당연히 물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러니 망설일 이유가 없죠.
정석희: 칠흑같이 날은 어둡지, 물은 차갑지, 물 밖으로 나와 쓰러질 때는 안타까웠어요.
이용석 감독: 연기가 아니더라고요. 카메라가 돌지 않는데도 덜덜 떨고 있었어요.
지성: <대풍수>가 36부작인데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오며 전개 상 어쩔 수 없이 생략된 부분들이 있어요. 제가 힘들게 찍은 장면들이 실제 인생처럼 느껴져야 캐릭터의 삶에 살이 붙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찍고 나서 물도 좀 먹었고 춥기는 했는데 오히려 개운했습니다.
> 2부. '지상'은 'X-파일'의 스컬리 같은 역할
글. 방송칼럼니스트 정석희
정리. 최정은
사진. 스튜디오S 김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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