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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이 남자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인터뷰]
2012. 06.08(금) 13:30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KBS ‘성균관 스캔들’이 박유천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준 작품이었다면 SBS ‘옥탑방 왕세자’는 박유천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게 해준 드라마였다. 진지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여자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멋진 연기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박유천이 판다 탈을 뒤집어쓰고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컵라면을 먹는 여고생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기도 했다.
달달한 먹을거리에는 기쁨의 미소를 짓다가 한지민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해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마 상태에 빠진 용태용을 연기할 때는 아무 표정도 느낌도 없어 섬뜩했고, 이각으로서 사건을 해결해 나갈 때에는 카리스마가 넘쳤으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왕세자로서의 체면도 버리고 달달하기만 한 상남자가 되어 있었다. 어느 샌가 아이돌 가수 JYJ보다 배우라는 이름이 더 친숙해져 버린 박유천, 확실히 이 남자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나날들이었다. 1회부터 생방송이다 싶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마지막 방송 몇 시간을 앞두고 최종 엔딩 촬영을 마쳤으니 , 그 동안 얼마나 힘들게 촬영을 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 작품에 재미를 느끼고, 어떠한 작품보다 애정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믿음과 가슴 속 깊이 뿌리박힌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점도 정확하게 짚을 줄 아는 냉철함도 그를 성장하게 하는 발판이 됐다.
“초반에 대사 톤을 잡아가고 캐릭터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근엄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성균관스캔들’ 이선준이나 ‘미스리플리’의 송유현 같이 나긋한 대사에 적응이 되다보니 그 때의 표정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대사에서의 강약조절이나 호흡이 부족했었어요. 그래서 근엄함을 잡는 것에 중점을 뒀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왕세자 이각 느낌에 조금씩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출연을 결정짓고 촬영 들어가기 전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4, 5일. 그러다보니 상대 배우들과 친해지지도 못했고, 촬영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1, 2회 촬영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회상한 박유천은 “1회 촬영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에서는 편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 땐 세자빈 죽음을 알고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 하나만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서울 땅에 떨어지면서 감정이 나눠지고, 환생체인 세나를 보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죠”라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비록 할애된 시간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박유천은 자유롭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전 작품에서 가졌던 스트레스와 압박감, 묘연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연기에 임하다 보니 자연스레 재미가 붙었다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박유천에게 닥쳤던 일련의 사건들이 그를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초반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촬영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지 않았어요. 이런 감정으로 복귀해서 어떻게 웃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 분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촬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촬영이 진행되지 않을테니깐요. 일종의 책임감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복귀를 하니 위로를 해주신 분도 있었고, 그 위로마저 부담스러울까봐 다른 이야기를 한 분도 계셨어요.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조금씩 마음의 부담을 털어버린 것 같아요. 집중하고 몰입해서 연기했고, 또 촬영이 끝나고 보니 제가 드라마나 이각, 그리고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설사 그것이 위로가 아닐지언정 제가 느끼기엔 위로였어요.”
박유천 스스로는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을 내는 박유천을 보면서 다른 연기자들 또한 위안과 믿음이 생겼음은 당연지사. 그렇게 서로에게 무언의 힘을 보태고, 다독였기 때문에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옥탑방 왕세자’는 극 초반 복선과 소품 활동도가 높고 깨알 같은 코믹 상황으로 재미를 더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던 작품이다. 중반부터는 극 개연성에 대한 불만이 일긴 했지만 끝까지 이각과 꽃심복의 상황 설정이 전하는 재미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각과 박하의 애틋하면서 아름다운 사랑 또한 최대치로 끌어올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19회 이각과 박하의 결혼식과 이별 장면은 박유천과 한지민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19회 엔딩 리허설을 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JYJ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연기에 빠져 있지 않는 순간에는 운적이 없어요. 초반에 안 좋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울음에 대한 감정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민 누나가 순각 울컥하더라고요. 그 때 정말 미안했어요. 참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죠. 우리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당시 대본에는 운다는 지문이 없었다. 하지만 이별을 해야 하는 이각과 박하의 마음을 생각하면 눈물 흘리는 것이 맞겠다 싶었고, 이 헤어짐이 안타까워 촬영 당시 모든 스태프들이 슬픔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이각이 사라지기 전에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써 웃음 지었죠. 그리고 박하가 우는 모습이 마음 아파서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을 내밀었고 그 순간 이각이 사라지게 되잖아요. 그런데 손부터 싹 사라져야 하는데 방송에서는 몸부터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뭐지?’라면서 당황했어요.(웃음)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리뷰를 보니까 제 마음을 알아주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알아채고 그대로 반응해주시니까 희열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헤어진 이각과 박하는 평생을 만나지 못했다. 이각은 조선으로 돌아가 세자빈 시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고, 처제였던 부용이 자신을 사랑해 대신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부용의 환생체인 박하는 이각의 환생체인 용태용을 다시 만나 애틋한 마음을 전하면서 극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은 엔딩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전하고 나섰다. 박하가 마지막에 만난 인물이 용태용인지 이각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박유천은 100% 용태용이 맞다고 말했다.
“제가 분석한 결과로는 용태용이 맞아요. 용태용은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너무 기억을 잘라버리면 박하에게 차가움이 크게 다가갈 것 같다는 생각에 기억은 없지만 환생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이각의 행동을 한다는 느낌으로 설정을 했었어요. 그래서 커피숍에서도 박하를 아예 못 알아본다는 지문을 조금 바꿔서 박하를 지그시 바라보고 마치 다 안다는 듯 한 느낌을 일부러 줬었어요. 또 마지막에 이각으로 변신했을 때는 이각이 현세에 다시 왔다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의 느낌을 살리고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떠나보냈고, 그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그 그리움으로 인한 아픔이나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죠. 그래서 용태용 때는 울지 않았는데 이각 때는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이런 마음은 상대역이었던 한지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박유천과 한지민이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엔 시간이 너무 타이트했다. 결국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듯 두 사람의 생각 또한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말이 된다.
“6시가 넘어서 해 질 때쯤 촬영이 완전히 끝났어요. 그 때 용태용의 모습으로 촬영을 하고는 ‘유천아, 옷 갈아입어’라고 하시기에 얼른 옷 갈아입고 마지막 장면을 찍었죠. 그랬기 때문에 지민 누나와 의논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19회 엔딩도 그렇고 우리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울고 아파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일단 방송부터 나가고 보자’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배우들끼리는 100% 완벽하게 감정 몰입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박유천. 그런 그가 자신이 생각해도 뿌듯했던 연기를 수줍게 고백했다. 물론 자랑은 아니라는 덧붙임도 잊지 않았다.
“처음 박하와 키스를 할 때 제가 눈물 흘린 것에 대해 다들 의아해하셨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각이 박하에게 고백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랑 고백이 아니라 조선을 포기한다는 뜻이거든요. 앞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애써 아니라고 했던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죠. 고백을 함으로 조선으로 돌아가야 하고, 사건을 풀어야 하는 것을 전부 놔버리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는 아픔에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고, 저 스스로 참 뿌듯했어요.”
박유천의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차 안에서 “사이다 주세요”라고 했던 대사와 고개를 들고 박하를 내려다보는 모습 또한 박유천이 만들어낸 애드리브였다. 오므라이스를 오무라이수라고 발음했던 것도 박유천의 의도였다.
“오므라이스를 읽었을 때 어떻게 하면 인상적으로 남을까 싶어서 생각을 좀 많이 했었어요. 오므라이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글로 쓴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을 해줬기 때문에 잘못 듣고 오무라이수라고 말했을 것 같았죠. 아이수바나 멍충이도 그랬어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대본에 오무라이수라고 적혀 있었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오므라이스를 너무 많이 먹고, 또 시간이 지나서 식어버리다 보니 계란이 굳어서 잘 안 잘려 NG가 많이 나기도 했었죠.(웃음)”
한지민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연장자라서 이끌어줘야 하는 부담감을 박유천이 많이 덜어주고 중심 역할을 많이 해줬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박유천은 “모든 배우들이 나를 믿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별하게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안 좋은 일이 있고 나서 촬영장에 복귀할 때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그만큼 큰 책임감이 있었어요. 저는 단순하게 일주일에 70, 80씬의 분량을 책임지고 있어서 중심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지민 누나가 그렇게 생각해줘서 참 고마워요. 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지민 누나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이 저를 많이 믿어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리허설을 하다보면 다른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즉흥 연기가 나오는 것도 많거든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는 지민 누나가 밑바탕을 깔아주고 선배로서 믿고 받아주는 능력자였기 때문에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대본에 대한 의견을 감독님과 나눌 때도 박하라는 캐릭터만 얘기해도 될 텐데 자신이 느낀 이각에 대해 얘기해주고 대화로 많이 끌어주는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참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이각처럼 한지민을 챙기고, 박하처럼 박유천을 칭찬하는 모습이 훈훈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행복했고 뜻 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그간의 소감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 시청률이라는 수치로는 도저히 환산할 수 없는 그들의 진실된 마음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그렇게 울렸나보다. 이렇게 좋았고 자신을 배우로 한층 끌어올려준 드라마의 끝, 연말 시상식의 수상에 대해 박유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에 대한 욕심은 아니고, 시상식에 우리 배우들이 모두 다 같이 앉아 있으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태성 형과는 촬영 끝나고도 만나서 집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 잔 하긴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은 다 바빠서 잘 못 만나니까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연말에 다 같이 뭉치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요. 아마 엄청난 술판이 벌어지지 않을까요?(웃음)”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방지영 기자]
[ 本帖最后由 corona0911 于 2012-6-8 13:01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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