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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 박시후
<허망하게 철퇴를 맞고 쓰러진 불사이군 충신 김종서의 아들이며,
온몸이 무참히 도륙돼 비명에 간 두 형의 동생 그리고, 품어선 안 될 여인을 끝까지 사랑한... 세상 가장 어리석은 사내>
성균관 박사이자 종학(종친들의 교육기관/일종의 왕족학교)의 강사인 승유.
본디 태평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정인데다 벗들과 어울리기까지 좋아해 밤새 기방에서 놀고 지각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벗은 신숙주의 아들 신면, 정충경의 아들 정종으로 어린 시절부터 동문수학하던 동갑내기 막역지우들이다.
그렇다고 승유가 제 할 일에 소홀한 건 아니다. 강론준비는 철저하고 가르침에는 엄격하다.
어느 날, 스승 이개의 지시로 <경혜공주>의 강론을 맡게 되면서 승유의 인생향방은 달라진다.
<경혜공주>가 누구인가.
상상 불가의 미색, 왕비 없는 조선의 가장 드높은 여자이자 종학의 스승들을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매번 퇴짜를 놓는 까다로운 제자아닌가.
그렇다고 기죽을 승유가 아니다. 제 까짓 게 아무리 공주인들 여자 아니던가.
허나 <경혜공주>의 행동거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강론 도중에 말도 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어느새 남몰래 궐 밖에 나가 위험천만한 사고를 친다.
겨우 붙잡아 궁으로 끌고 오던 중 자취를 또 감춰버리기도 한다.
전형적인 조선의 여인과는 전혀 다른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혜공주>의 매력에 서서히 마음이 끌리는 승유.
그 무렵, 아버지는 승유가 문종의 부마로 내정되었음을 알린다. 문종의 부마라면 <경혜공주>의 남편이 되는 것이다!
내심 싫지 않은 승유. 아직까지 승유는 제가 알고 있는 <경혜공주>가 가짜라는 사실도,
실은 수양대군의 장녀인 <세령>이라는 사실도 알 리가 없다.
세령 - 문채원
<그의 여식임이 한스럽습니다... 사랑이 크다 한 들 어찌 그 죄를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소원은.. 당신 손에, 당신 품에 죽는 것입니다>
제1종친 수양대군의 장녀.
왕가의 혈통을 지닌 조선여인이라면 마땅히 기대되는 단정함, 차분함, 얌전함. 따위와는 거리가 먼 귀여운 선머슴.
조선보다는 오히려 고려여인에 가까운 풋풋한 말괄량이.
호기심 많고 대담하기까지 한 성품 탓에 하고 싶은 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아버지 수양대군이 세령에게 엄격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꾸지람 듣는 일보다 저 좋은 일을 못 해볼까 겁나는 세령이다.
그리 배우지 말라는 '말'에도 기를 쓰고 올라탄다.
들켜서 호되게 혼찌검이 났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떨어져 온몸이 시퍼런 멍투성이면서도.
모든 시작은 그놈의 '말' 때문이었다.
종학 강론을 듣기 위해 입궁한 세령은 가까이 지내는 사촌언니 <경혜공주>에게 문안인사를 올리러 간다.
'말'을 태워주겠다는 솔깃한 제안만 아니었다면, 세령이가 공주 복색을 하고 공주 강론방에 앉아 있을리가 있었겠는가.
궁 밖을 나가보고 싶다고 사촌언니가 아무리 졸랐어도 이 미친 짓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로를 보지 못하도록 쳐놓은 발 너머, 스승이 입장하는 기척에 긴장하는 세령.
발을 사이에 두고 예를 갖춘 스승의 목소리는 의외로 젊다.
그가 좌상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라는 사실을 강론방을 나와서야 알게 되는 세령.
경혜공주 - 홍수현
<한 많은 인생.. 그저 회환에 몸서리칩니다. 돌아보니,
한 순간도 마음을 주지 않은 당신, 이젠 당신께 기대도 되겠습니까...>
문종대왕과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단종보다 6살이 많은 누이.
어머니 권씨가 단종을 낳고 산후병으로 죽게되자 문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그 덕에 철없고 도도하고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하기까지 하다. 조선 제일의 미색이라 불릴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
아버지 문종과 동생 단종을 제외한 모든 남자들은 제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만 하는 조선 땅에서 가장 드높은 여인네.
과연 이 여자를 감당할 사내는 누구인가.
아무리 고고한 경헤공주라 할지라도 왕가의 일원인 이상 결혼 상대를 제 멋대로 고를 수는 없다.
병약한 아버지 문종은 자신의 사후 어린 세자의 안위를 위해 김종서 가문과의 정략혼을 추진한다.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를 부마로 삼겠노라 공언하는 문종.
그 무렵 절묘하게도 경혜공주의 강론을 맡은 김승유.
부부의 연이 될 두 남녀가 자연스레 가까워질 기회를 얻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허나 그 둘의 예정된 인연은 경혜공주의 사소한 실책으로 크게 엇갈린다.
궁밖에 나가보고 싶은 경혜공주의 욕심이 제 자리에 사촌동생인 세령을 앉힌 것이다.
세 남녀의 사랑이 어긋나는 운명의 장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면 - 송종호
<한 사내를 섬겨 그를 왕으로 모셨으니 가히 후회 없는 장부의 삶이라 할 수 있으나,
한 여인의 마음만은 얻지 못하니... 참으로 허망한 사내의 삶이로구나>
조선 최고의 지성 신숙주의 둘째 아들. 현재 한성부 참군으로 도성 내의 치안을 담당하는 중간 관리.
사내다움이 돋보이는 장수감이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학문의 조예또한 부족함이 없다.
죽마고우인 김승유와는 학문과 무예 등 모든 면에서 선의의 경쟁자였다.
어디 가나 각광을 받는 김승유에게 은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신면은 세상에 제 이름을 크게 드날리고 싶은 욕망을 감추고 있다.
승유의 아버지 김종서의 뒤봐줌을 완곡히 거절한 것도 오로지 제 힘으로 이루고자 하는 신면의 자존심이다.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알아채는 법.
유난히 바르고 대의에 집착하는 신면의 이면을 알아봐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김종서의 정적인 수양대군이었다.
저자거리의 왈패들을 수사하던 중, 우연히 기방 내실에서 맞딱뜨린 수양의 풍모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부마로 내정된 승유를 죽이려하는 패거리들의 배후에도 수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면.
그럼에도 제 목표를 향해 선악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수양의 집념.
오로지 왕이 되기 위한 욕망으로 똘똘 뭉쳐진 어둠의 기운에 저도 모르게 점점 빨려 들어간다.
이후 신면의 행보는 수양대군이라는 주군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한 여정이 된다.
그를 수양에게 향하게 한 또 한 가지 이유, 바로 수양의 딸 세령이다.
정종 - 이민우
<아리따운 공주는 내 곁에 있으나, 그녀의 마음은 저 멀리 있어라. 곁에 있어도 간절한, 나의 아내여>
승유와 신면의 절친한 벗이며 경혜공주의 남편.
세종 때 동부승지와 중추원부사 등을 역임했던 정충경의 외아들.
몰락한 가세와 지병이 심한 어머니탓에 자모전가(사채업자)를 들락거릴 정도로 궁색한 처지이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호인 중의 호인.
튀지 않는 성품에 욕심이 없어 자칫 야망이 없는 한심한 사내로 보이기도 하나 온화하고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하는 사내이다.
김승유와 신면, 개성 넘치는 두 친구를 보듬는 넓은 아량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승유와 나란히 경혜공주의 부마간택 후보에 오르고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승유 대신 부마도위로 간택되어 고속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비록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공주의 남자이지만 경혜공주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실은 저자거리에서 경혜공주를 처음 본 날부터, 그녀를 사랑했다.
경혜공주가 친구 승유를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는 날까지 제 사랑을 보채거나 포기하지 않는 뼛속까지 멋진남자, 정종이다.
애초 권력과 정치에는 뜻이 없던 그였으나 경혜공주를 대신해 단종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며 점차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긴다.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그의 분노가 수양대군을 향해 폭발한다.
사육신 사건에 연류되어 유배를 당하고 금성대군, 승유와 함께 단종 복위를 시도하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그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진다.
급기야 수양의 면전에서 욕설을 퍼붓다가 "괜찮다면 내 아내를 사랑해줘." 라며 친구 승유에게 제 아내 경혜를 간절히 부탁하며 형장의 이슬로 비극적 생을 마감한다.
수양대군 - 김영철
고통은 나눌 수 있지만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마키아벨리의 화신.
왕좌를 얻은 후 권력의 분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후궁조차 들이지 않았고 철저히 정략혼을 기반으로 한 측근정치를 추구했다.
"적들이 나를 베기 전에 그들 옥에 칼을 꽂아라!"
잔혹한 철권통치 아래 왕권 강화엔 성공했지만 재위 기간 내내 정통성 시비와 내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종서 - 이순재
대호(大虎)로 불릴 정도로 엄한 최고 권력자.
막내아들인 승유를 내심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엄하지만 따뜻한 아버지. 모두들 그를 <금상 위의 좌상>이라 불렀다.
임금보다 더한 권력을 가진 좌의정 그의 권력 접수기는 특이하다.
그저 불사이군(不事二君)한 만고충신(万古忠臣)의 길을 걷다보니 저절로 획득된 힘들.
선대왕 세종부터 시작된 충정은 문종에 이어 단종까지 이어진다. 허나 힘을 얻은 자에게 의심은 거둬지지 않는 법.
병약한 임금 문종 대신 조선팔도의 병권을 장악한 김종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수양대군이다.
문종 - 정동환
세종의 맏아들이며 수양대군의 형. 실제로 즉위 3년 만에 승하하는 불운의 임금.
무려 29년간을 세자로 세종을 보필했다. 높은 학문과 온화한 성품으로 세종의 뒤를 이을 성군으로 칭송받기도 했으나 병약한 몸 탓에 오로지 어린세자(단종)를 무사히 보위에 올릴 생각에만 사로잡힌 유약한 임금. 경혜공주 또한 끔찍이 아끼는 탓에 해달라는대로 다 해준다. 어릴 때 엄마를 잃은 딸이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버릇을 잘못 들여놓는 아버지.
한명회 - 이희도
4대문 안 최고의 왈자패 소굴 청풍관의 드러나지 않은 실세.
작고 깡마른 체격이지만 눈빛만은 예사롭지 않게 번득인다.
명문가의 혈통으로 태어났으나 곱지 않은 외모와 축복받지 못할 탄생으로 세상에 등을 돌리고 어둠의 자식이 되었다.
신숙주 - 이효정
어쩌면 수양대군에게 줄을 설 명분이 필요했던 신숙주는 아들 신면이 수양대군과 접촉하는 걸 내버려둔다.
그리고 우아하게 줄을 갈아탄다. 살아남겠다는데 무슨 명분이 필요한가.
시놉시스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스산한 밤하늘을 깨운다.
어둠을 뚫고 질풍같이 내달리는 말 한 필이 있으니, 그 위에는 피 묻은 복색의 승유가 타고 있다.
끝없이 더운 눈물이 솟는 승유의 눈에 방금 전 목격했던 끔찍한 광경이 어른거린다.
수양대군과 왈패들이 휘두른 철퇴에 쓰러진 아버지와 형! 그 선혈로 땅바닥이 온통 흥건해진 목불인견! 평화롭고 다복했던 식솔들이 도륙을 당한 아비규환!
기적처럼 숨이 끊어지지 않은 아버지 김종서는 승유의 옷깃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며 내뱉었다.
"당장, 전하께 역모를 고해라!"
"아버지..!"
"서둘러라! 수양이 전하에게 가고 있을 것이야."
이미 숨을 거둔 형의 주검과 유혈이 낭자한 아버지를 두고 승유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말에 오른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승유가 필사적으로 향하고 있는 곳은 어린 임금 단종의 시어소(임시처소)가 차려져 있는 경혜공주의 향교동 집이다.
"추상전하!"
간신히 경혜공주의 집 앞에 다다른 승유의 목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 이미 수양대군의 편에 선 내금위 군사들이 승유를 가로막고 섰지만 통곡같은 승유의 목소리가 잠든 시어소를 깨운다
"역모이옵니다. 수양대군이 역모를 일으켰사옵니다!"
피를 토하는 승유의 목소리에 놀란 경혜공주와 부마 정종. 놀란 얼굴로 집밖으로 나서 승유를 집안으로 들인다.
경혜공주는 피범벅이 된 승유의 몰골에 아연실색하고 급히 단종을 알현하게 하는데.
승유가 겁에 질린 단종에게 예를 갖추기도 전, 수양대군 일당이 피비린내를 풍기며 집안으로 들이닥친다.
정종은 다급히 승유를 은밀한 곳에 숨기고 단종과 함께 수양대군을 맞는데...
"전하, 김종서가 불궤한 역모를 꾸며 신이 주살하였나이다."
수양대군의 입에서 터져 나온 역모라는 소리에 승유의 피가 거꾸로 솟는다.
수양대군이 단종에게 김종서의 역모를 고하는 동안, 한명회의 지시를 받은 함귀와 왈패들은 시어소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집안을 샅샅이 수색한다.
김종서의 마지막 혈육인 승유가 집안에 숨어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그들.
아직 핏방울이 마르지 않은 칼과 철퇴를 든 채 승유를 찾는 한명회의 수하들.
그 선두에 다름아닌 죽마고우 신면이 있다.
신면의 날카로운 칼 끝은 점점 승유를 향해 옥죄어 가는데...
그로부터 2년 전인 1451년. 병약한 임금 문종과 나이 어린 세자 단종을 둘러싸고 좌의정 김종서와 제일 왕숙 수양대군의 갈등은 날로 깊어만 간다.
문종에게 수양대군은 자신의 사후에 세자의 보위를 위협하는 강력한 왕재였으며, 김종서는 조선 팔도의 실질적 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금상 위의 좌상'이었다.
그런 막강한 권력자 김종서의 막내아들이며 한양 제일의 귀공자인 승유는 성균관 박사 겸 종학(종친들의 교육기관, 일종의 왕족학교) 직강으로 재직하고 있다.
종학은 자신들의 혈통만을 믿고 무위도식하는 한심한 종친들에게 유학을 강론하는 제법 한가로운 곳이었다.
낮에는 부담없이 종학을 들락거리고, 밤에는 죽마고우 신면, 정종과 더불어 후회없는 청춘을 만끽하는 승유는 치열한 정치 현실과는 몇 발짝 떨어져 있었다.
이즈음 이개를 비롯한 종학 스승들에게 골칫거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문종의 장녀 경혜공주였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생모를 잃은 경혜공주는 그 미모가 매우 아름다웠으나 아버지 문종의 총애를 믿고 철없고 오만방자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였다.
따분한 강론을 견디지 못한 경혜공주는 들어오는 강론 스승들을 줄줄이 골탕 먹여 갈아치우기를 벌써 몇 차례였다.
아버지 문종 외에는 그 누구도 올려보지 않는 도도한 경혜공주.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터놓는 유일한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양대군의 딸인 세령 뿐이었는데..
종학을 총괄하고 있는 이개는 마땅한 공주의 사부를 찾지 못해 승유에게 경혜공주의 강론 스승을 명한다.
스승들을 놀리는 재미로도 부족했던 경혜공주는 마침 종학 수업을 위해 입궐한 세령에게 대신 공주 역할을 부탁하고는 궐 밖 구경에 나선다.
그리하여 예정된 승유와 경혜공주의 첫 대면은 승유와 세령의 첫 만남이 된다.
발을 사이에 둔 첫 강론시간.
일국의 공주조차 한낱 아녀자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귀공자 승유와 공주를 대신해 앉아있는 자유로운 영혼 세령.
첫 대면부터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부딪치는 걸로도 모자라 서로의 용모를 확인해버린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자와 어린아이는 심히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버릇이 없어지고, 멀리하면 원망을 한다 이르셨습니다."
세령에게 승유의 첫인상은 여인에게 순응과 복종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자였고, 승유에게 공주는 소문과는 달리 제법 만만치 않은 학식이 있으나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집불통이었다.
다음 강론 시간에는 이 맹랑한 여인네의 버릇을 단숨에 꺾어놓으리.
세령이 승유에게 제 얼굴을 들켰다는 사실을 안 경혜공주는 오히려 반색한다.
계속해서 세령에게 강론 방에 들어가라고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편 문종은 사진의 사후 어린 단종을 김종서에게 부탁한다. 자식을 지키고자 동생 수양대군을 경계하는 문종의 행동은 애잔하기 까지하다.
그 시각, 문종의 멀지 않은 죽음을 알게 된 수양 일파도 고심에 빠졌다.
과연 김종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과감히 먼저 칼을 빼들 것인가 아닌가. 때마침 집으로 돌아온 세령을 보면서 묘수를 떠올리는 수양.
그날 밤, 김종서의 집을 은밀하게 찾은 수양대군은 넌지시 혼담을 건넨다!
자신의 딸 세령과 김종서의 아들 승유의 정략혼 뒤에는 문종의 사후 김종서와 함께 조선을 경영하고자 하는 정치적 제안이 담겨있다.
세령과 승유의 두번째 강론. 신경전을 계속하던 두 사람 앞에 난데없이 문종이 나타난다!
임금에게 저와 경혜공주의 소행이 들킬까 두려운 세령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승유는 세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괘씸하기만 하다. 뜻밖에 승유가 공주를 다시 마주친 곳은 놀랍게도 저잣거리 한 복판이었다.
그것도 일굴의 공주가 여염집 여인의 복색으로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 아닌가! 화들짝 놀란 승유는 어이가 없어 공주의 뒤를 따르는데...
사내들처럼 말을 타고 벌판을 시원하게 달리고 싶은 세령.
누굴 닮았는지 모를 호기심과 대범함이 기어이 일을 터뜨렸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기어이 아버지 수양대군의 말 위에 오른 세령.
사내와 계집 차별이라도 하는지 언제나 말괄량이 아가씨를 외면하던 녀석이 오늘따라 음전하고 고분고분하게 세령을 받아준다.
터벅터벅 신사답게 걸을 을 떼더니 이내 익숙한 듯 대문 밖으로 나가는 말.
몸종인 여리가 기겁을 하고 막아서려 하지만 세령의 귀에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신나는 경험도 오래가지 않았다. 기특해 옆구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고삐를 조금 당긴 것이 화근이었는지..
히잉! 힘차게 울어 젖힌 말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조차 지를 수 없어 그저 말 등에 납작 엎드린 세령.
저 앞에 출렁이는 강물이 보이지만 점점 더 흥분한 말은 속도를 늦출 줄 모르는데...
가튼 시간 궁궐 안 편전. 문종은 대신과 종친들 앞에서 경혜공주의 혼사에 대해서 입을 연다.
그리고 틈을 주지 않고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를 부마로 삼을 것임을 선언해버린다.
문종과 김종서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한 수양대군!
위험천만한 마상의 세령. 순간 말을 탄 사내가 기적처럼 다가오더니 세령의 뒤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다.
그러나 말을 멈춰 세우기엔 이미 늦은 상황. 세령을 안고 옆 풀숲으로 몸을 던지는 사내는 승유다!
세령이 탄 놀란 말은 강물 앞에서 고꾸라지고, 사단이 났다 생각한 세령은 아직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대체 왜 이리 무모하십니까!" 뜻 밖의 상황에서 세령을 마주친 승유는 그녀를 당연히 경혜공주라 생각하며 걱정하고 또 나무란다.
김승유를 부마로 삼는다! 예기치 못한 문종의 발표를 들은 수양대군.
이제 적과 동지는 자명하게 갈라졌다.
뜻밖에 수양대군은 경혜공주와 승유의 혼사를 지지하며 자신이 국혼을 책임질 주혼(혼사를 맡아 주관하는 것)을 자청하고 나선다. 하지만 형식적이나마 엄한 왕실의 예법에 따라 간택의 절차를 밟을 것을 주청한다.
국혼이기에 더더욱 예법을 따르자는 수양대군의 주장을 물리칠 명분도 이유도 없었다.
또한 제일 왕숙인 수양대군이 주혼을 맡음은 당연한 법도였으나 그위 매서운 눈빛은 심상치 않은 음모를 예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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